정신질환 환각/망상을 대화로 치료하는 4가지 방법 : 오픈 다이얼로그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인 환각이나 망상을 대화로 치료하는 4가지 방법에 대해 오픈 다이얼로그 모델을 통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정신증을 위한 오픈 다이얼로그_닉 푸트맨·브라이언 마틴데일/김성수 전대호 옮김>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오픈 다이얼로그는 정신증인 환각이나 망상에 대해서 극단적/외상적 경험에 대한 능동적 심리적 반응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극단적이고 트라우마적인 경험에 대한 감정을 언어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에 정신증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정신증 행동은 개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너무나 버거운 경험들을 하고 그 경험에 대해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했을 때, 체화된 감정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픈-다이얼로그에서는 말 그대로 ‘열린-대화’를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오픈 다이얼로그의 효과성과 기본 개념, 7대 원리에 대해서는 해당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픈 다이얼로그 방식으로 정신증을 이해하기

정신증 경험은 일회적인 트라우마성 사건만으로 유발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유래한 현재의 감정적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보는 것이 적합합니다.

오픈 다이얼로그에서는 정신증의 발현을 다음과 같이 이해합니다. 외상적인 경험은 적절히 다루어지거나 표현되지 못했을 때, 외현기억(explicit memory)에 저장되지 못하고 정신 속에 감금된 채로 머무릅니다. 그리하여 공포의 감정이 암묵기억(implicit memory)에 기록됩니다. 이는 환각과 망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위기 시에 나타나는 심리적 기능의 일부, 환각과 망상은 감정의 한 형태로 간주됩니다.

즉, 환각과 망상을 뇌의 의학적 문제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외상적 경험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으로 보기 때문에 당사자의 경험에 대해 복원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됩니다.

정신증 경험은 죽음의 공포와 관련이 있습니다. 환각과 망상은 끔찍한 경험을 직접적이지 않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방안들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 치료적 대화의 중요한 포인트

환각이나 망상을 말로 표현하는 작업은 과거의 감금된 경험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해당 과정에서 목표는 당사자가 자신의 반응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반응들이 현재 및 과거의 경험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다음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치료적 대화에서 가져가야할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 환각이나 망상을 여러 목소리들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
  • 정신증 경험자에게 자신의 경험에 관하여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요청함.
  • 대화의 목표는 다양한 이슈들에 관한 토론을 북돋는 것임. 즉, 대화를 생성시키는 것. 그런 토론 과정에서 치유의 길이 열릴 수 있음.
  •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하는 모든 말, 특히 정신증적 발언을 무의미하거나 불가하다고 간주하지 말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함.
  • 모순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함.
  • 서로의 견해와 경험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함.

정신증 위기에서 치료적 대화로 이끄는 4가지 방법

다음은 환각/망상 등 정신증 위기에 처한 당사자와 치료적인 대화를 통해 증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4가지 방법을 정리한 것 입니다. 자해나 타해의 위험에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시종일관 관계에 집중하기

첫 번째 포인트는 상담의 모든 관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상담의 모든 관계’는 당사자와 관계되는 인물들 간의 대화(수평적 대화)와 개인의 내면적인 대화/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수직적 대화)로 나누어집니다.

수평적(외적) 대화

  • 모든 참석자를 동등하게 존중하고 포용하는 대화를 육성함.
  • 정신증을 경험하는 인물의 말을 세심히 경청함.
  •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함.
  • 정신증 경험이 ‘진짜’경험인지의 여부에 관한 논쟁에 빠져들지 말고 발언자의 감정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함.

수직적(내적) 대화

  •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정신증적’ 발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관하여 소통하기도 함.
  •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에서 현재의 위기나 정신증을 경험하는 인물과 관련된 측면들 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 관해서도 발언하는 것을 권장해야 함.

2. 정신증 경험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기

기존 의료적 모델에서는 정신증 경험(환청, 망상 등)이 현실이 아님을 지각하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과 전문가들을 분리시키고 심리적 거리가 벌어진다는 악영향이 있습니다. 만약 정신증을 경험하는 인물이 주장하는 바가 맨 처음부터 배척당할 경우(혹은 정신증이 환자의 인생 경험과 무관한 뇌 장애의 산물이라고 선언하는 경우), 자신의 경험을 숙고하고 아직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다른 측면들을 탐색하기 시작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당사자의 환각과 망상에 대해 존중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당사자가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되고 소통하는 범위가 제한됨.
  • 긍정적인 자기 이해를 방해함.
  • 치료진을 믿지 못하거나 자신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모든 도움을 거절함.

만약 환자가 정신증적인 방식으로 발언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힘겨웠던 트라우마적이었던 경험을 언급하기 시작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환자를 현실로 이끌기 시작하면 환자와 거리가 오히려 멀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로 이끄는 대신, 현재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ex)
“잠깐만요. 환청이 자신을 조종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무슨 논의를 하고 있었죠?”

타인의 발언을 온전히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환각이나 망상에 관하여 더 많이 말하도록 격려합니다. 해당 질문들은 이례적인 경험을 병리적이거나 수용 불가능한 경험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에 포함시키는 방법들의 예 입니다.

ex)
“잠깐만요. 당신의 남편이 당신을 죽이러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제가 제대로 들었나요? 우리가 그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시기 시작하셨죠? 그런 생각이 항상 드나요, 가끔 드나요?”

3. 자·타해 우려 시, 정서적 측면에 중점을 두기

당사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경험의 감정적 측면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신증을 경험하는 인물은 전문가 팀과 가족 모두를 겁먹게 할 만한 극단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위협적인 목소리가 폭력적인 행위를 하라고 명령한다는 환청이나 섬뜩한 환시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자신을 잡아 해코지하려하는 누군가와 접촉하기를 원하거나 특정인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환청을 듣는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아래와 같이 당사자의 경험에 대해 감정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정서적 측면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ex)
“말씀을 들어보니, 상당히 괴로우신 것 같아요. 우리는 당신을 돕고 싶습니다.”

“당신이 정말 심한 괴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로 당신에게 위협적인 상황인 것 같네요. 당신이 위협을 당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 지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동시에 당사자가 어떤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지 주의 깊게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라고 지시하는 환청을 듣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환청의 지시를 따르면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청이 언제쯤 사라질까요?

정신증 회복은 치료 개입의 시기나 개인에 따라 환청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청이 모두 사라져야만 치료가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여전히 환청을 듣고 있지만 당사자가 이를 오히려 자신의 내적 경험의 일부라고 생각할 때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환청을 자신의 인생 경험과 연결할 수 있는 순간, 환청은 더는 정신증 증상이 아니게 되는 것 입니다.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조현병이나 정신증 환자’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대화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지금, 여기’ 현재의 증상(망상, 환청)에 집중하기

대화의 내용이나 이전에 일어났던 일에 관하여 초점을 맞추는 대신, 현재의 발언과 그 발언이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 집중합니다. 상담 진행 시 온갖 경험에 대해 논의될 수 있지만, 중점은 상담(이야기) 도중에 느껴지고 표출되는 핵심 감정들 입니다. 현재의 감정들과 정신증의 이야기에 대해 집중해야 합니다.

정신질환 당사자들은 망상과 환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기 인생에서 가장 극단적인 경험들을 난생 처음으로 (정신적인 발언으로나마) 언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때 망상에 관한 추가적인 성찰을 북돋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망상의 단계에서 당사자의 내적 경험들로 이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우리가 이야기를 듣는 방식과 그 순간에 이야기에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당사자의 정신증과 관련된 발언에 적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이후에도 정신증적 생각들을 당사자와 논의할 수 없게 되고 당사자가 모든 도움이나 개입을 거절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장기입원 당사자에 대한 오픈다이얼로그 상담 적용

오픈 다이얼로그는 보통 초기정신증 환자 / 초발 환자에게 적용할 때 효과성이 높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 만성환자에게도 적용하여 효과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사자의 가족에 대해 개입했을 때 만성환자에 대한 향후 개입계획을 세우고 퇴원 후 지역사회의 적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장기입원 당사자 가족에게 오픈 다이얼로그를 적용한 상담의 특징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 모임에서 공유되는 많은 정신증과 관련된 이야기의 뿌리가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감.
  • 정신증은 가족 안에서의 실제 경험들과 관련이 있음.
    ex) 어릴 때 트럭 사고로 아버지가 사망한 장면을 목격한 당사자가 눈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위 속에서 포탄이 폭발한다는 말을 함.
  • 입원은 가족 전체에 매우 트라우마적인 경험이며 당사자의 입원에 관하여 토론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더 심화됨.
  • 부모나 형제로서 실패했다는 느낌이나 죄책감 등의 감정이 발설되지 못한 채 급속 냉동된 기억처럼 보존되어 있음.
  • 가족들은 오래전의 경험에 관하여 말할 때 대개 감정이 몹시 격해졌고 많이 울었으며 당사자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함.
  • 가족들은 최초 입원 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할 기회를 가진 다음에야 비로소 현재의 삶과 아들/딸의 퇴원을 위한 계획에 집중할 수 있었음.
  • 장기입원 후에도 대화작업을 실행/재개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 작업은 가족과 미래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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