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다니면 보험 가입에 불이익? 고지 의무 낱낱이 파헤쳐 보자

정신과에 가면 보험 가입이 거절된다는 말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주저하고 계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음에도 아직 보험사에서는 정신과에 정기적으로 치료받는 분들의 보험가입(암보험/자동차보험/실손보험/생명보험 등)이 제한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울증이 심해도 정신과에 가지 못하는것일까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가입 시 고지 의무를 따라야 하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 정신과와 보험 가입 전 고지 의무에 대해 낱낱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신과 진료기록으로 인한 취업에서의 불이익 내용에 대해서는 해당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신과 진료와 보험 가입 시 고지 의무

일반적으로 건강보험 외 추가로 드는 보험은 실손보험, 암보험,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에 다니는 경우 아래와 같은 고지 의무로 인해 가입에 제한이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요. 보험 가입 시 고지 의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일반적인 보험 가입 시 고지 의무에 해당하는 질문입니다.

  •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치료, 입원, 수술, 진단 등을 받았나요?
  • 최근 5년 내에 수술, 입원 7일 이상 통원, 30일 이상의 약을 투약한 사실이 있나요?
  • 최근 1년 내에 재검사 및 추가 검사를 받은 적이 있나요?

위 고지 의무에 하나라도 해당이 될 경우 가입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정신과에 일회성 상담만 하고 약물처방을 받지 않았거나 한 두차례 짧은 진료를 받은 경우라면 고지 의무에 해당되지 않아 가입이 가능합니다만,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최소 3개월은 꾸준히 약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고지 의무에 해당이 됩니다. (물론, 보험에 따라 위 고지 의무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고 해서 모든 보험가입이 제한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보험회사에 직접 상담해보는 것이 확실한 방법입니다)

유병자 보험으로 가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 일반 실비에 비하면 보장범위가 적고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이라면, 미리 진료를 받기에 앞서 자신의 보험을 점검하고 필요한 보험은 미리 가입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정신과 보험가입 제한은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

아래 뉴스 화면 캡쳐본을 보면 정신과 약물 같은 경우에는 보험 가입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신과 보험가입 거절사유
정신과 보험가입 거절사유_tv조선뉴스 유튜브 캡쳐

오히려 증상이 심각한데 치료받지 않고 있는 사람은 보험가입이 가능하고 증상이 미약해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분들은 보험가입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보험사측에서는 정신과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 심장이나 혈관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자살시도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입에 제한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국가 인권위원회에서도 인정한 명백한 차별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강제적 효력이 없어 실상은 아직도 정신과에 다니는 분들의 가입이 제한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입에 있어서 제한을 당하거나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길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과거에 정신과 약물 복용을 이유로 실손보험 가입이 거절당하자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보험사에게 재심사를 권고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정신과 약물 복용을 이유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_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22-08-10)

위 기사를 클릭하시면 정신과 약물 복용 의료보험 가입 거부에 대한 진정 사례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진정서 접수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보험사의 불합리한 차별 행위가 인정된다면 인권위는 보험사에게 정책 및 관행의 시정, 개선을 권고할 수 있습니다. 권고의 경우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보험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인권위는 보험사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사유 등을 언론에 공표할 수 있습니다.

상법: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사는 상법 제651조의 고지의무를 따릅니다.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의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상법 제651조(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계약해지)

“보험계약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자가 계약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지 아니하다.”

즉, 보험가입 시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을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3년 내에 한하여”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는 보험계약을 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났다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알게 되었을지라도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보험사 약관: 계약자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실제 보험사의 약관은 고지 의무에 대해 어떻게 명시가 되어있을까요?

확인해보기 위해서 K*보험사의 암보험과 실손보험의 약관을 가져와보았습니다. 보험약관은 보험사 홈페이지에서도 가입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자의 계약 전 알릴 의무 등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계약자의 계약 전 알릴 의무 등 – 제21조 계약 전 알릴 의무에 따르면, 보험 청약을 할 때, 청약서에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위반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까요? 아래 내용을 계속해서 보겠습니다.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제 22조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를 보면, 다음 중 한 가지에 해당되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합니다.

  • 회사가 계약 당시에 그 사실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하였을 때
  •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또는 보장개시일로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났을 때
  •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이 지났을 때

즉, 정신과 진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가입하였을 경우에 2년 동안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3년이 지났다면 기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었던 사실을 보험사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보험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이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_K*보험사 암보험, 실손보험 약관

또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보험금 지급 사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험사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해지 또는 보장을 제한하기 이전까지 발생한 해당 보험금을 지급합니다.”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만약 정신과에 다니고 있었던 가입자가 넘어져 정형외과에 진료를 보고 실손을 청구하였을 때,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험사가 알게되었음에도 보험사가 정신과와 정형외과 진료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정형외과 진료에 대한 실손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것 입니다.

위의 약관은 K*보험사의 약관이지만 대부분의 보험사의 약관이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보험가입 시 약관을 반드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약 및 의견

위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1. 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미리 가입해 놓는다.
  2. 정신과 진료 사실로 인해 보험 가입에 대한 거절/불이익을 받았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다
  3. 보험가입 전 고지의무를 성실히 하지 않고 가입했더라도 2년동안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거나, 보험 계약일로부터 3년이 지난 경우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

라고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정신과에 다니는 분들이 보험가입 시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가입을 해야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사실 보험사에서 정신과 진료기록에 불이익이 있는 이유에 대해 1)심장질환과 혈관계질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2)자살시도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일반 고지혈증, 고혈압 등으로 치료받는 분들이 오히려 각종 질병에 더욱 취약한것 아닐까요? 그리고 자살시도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가입이 어렵다고 되어있는데 사실 보험 약관에 보면 스스로 상해를 입혔을때의 보험금 지급은 원체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자살시도의 위험이 높아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면서 여러가지 이유로 정신과에 가는것을 어려워 하실 때마다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정확한 사실을 알려드리고 진료를 보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는데요. 보험에 관한 이슈는 실제로 제약이 있는 터라 “정확한 것은 보험사에 직접 문의하셔라” 라고밖에 설명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하루빨리 이러한 사회적 제약들이 사라져 두려움과 불안 없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과 다니면 보험 가입에 불이익? 고지 의무 낱낱이 파헤쳐 보자”에 대한 6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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